며칠 전 마트에서 imperfect 사과를 발견했다. imperfect, 완벽하지 않은 사과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겉모양이 안 예뻐서 상품성이 없는 친구들을 못난이 사과, 흠과라고 부른다던데. 그런 거 아닐까? 나는 오, 캐나다도 이런 게 있었구나. 솔직하네, 라고 생각했다. 가격도 다른 사과들 보다 저렴헀다. 그런데 얼마나 imperfect 한 건데? 알아는 보고 싶었다. 투명한 비닐 포장지 사이로 들여다 보이는 사과의 상태는 썩 괜찮았는데. 일단 표면이 상한 게 거의 없었다.
엥 이게 imperfect? 좋아보이는데? 거기다 싸기까지 하다니. 한 번 사보고 싶었다. 나는 여기서 여러 사과를 사봤는데(나는 사과를 엄청 좋아한다!), 같은 브랜드라도 어떤 사과 뭉치는 전반적으로 안 달고 안 아삭했다. 밍밍한 사과를 푸석하게 먹을 때 그 음울함이란 ... 될 수 있으면 느끼고 싶지 않다. 그런 랜덤성을 가진 사과 구매에서 그나마 가격이 싸다는 것은 큰 위안이었다. 맛 없는 사과라도 가격이 싸니까 위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무튼 그래서 샀다. 한 번 바로 사과를 꺼내 씻었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흠'이 없었다. 뭐지? imperfect라면서 겉보기에는 흠이 없다니. 그럼 속이 이상하다는 건가? 밑져야 본전이지 뭐, 하면서 한 입 맛보는데... 와우,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완전 아삭. 첫 맛은 상큼했다. 씹을 수록 그 단 맛이 입안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아삭아삭 냠냠챱챱 우물우물 너~무 맛있었다! 이 녀석은 궁극의 아삭달달사과야! 정말!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흠과였다.
그 이후로 매번 사과를 꺼내 먹을 때마다 행복했다. 극상의 맛. 위험했다. 오히려 불안해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이전의 사과들이 다 맛없게 느껴질까봐. 나는 엄청난 행운아였다. 이런 행운은 계속 될 수 없다. 그만큼 감사했다. 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흠과를 다 먹었다. 내일 또 사과를 사러 간다. 어떤 사과를 만나게 될까? 이번에 먹었던 사과 보다 맛없더라도 놀라지 말아야지. 엄청 맛 없으면 잼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다르게 먹을지 또 새로운 걸 경험할 것 같아 기대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