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서 출발한 결론이다. 누구에게나 맞는 정답이라기보다, 나에게 잘 맞았던 방식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자유시간의 위치

자유시간은 언제 쓰는 게 더 좋은가. 퇴근하고 난 뒤일까, 아니면 출근하기 전일까. 나는 한동안 당연히 퇴근 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활을 바꾼 건 수면시간 자체가 아니라 자유시간의 위치였다.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그 시간을 밤에 몰아두면 하루는 ‘보상’으로 끝나고, 아침에 두면 ‘준비’로 시작된다. 나는 준비가 더 잘 맞는 사람이라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사람마다 수면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생활을 갈라놓는 건 “얼마나 자느냐”보다 “언제 자느냐”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퇴근 후를 길게 쓰는 방식도 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출근 전을 길게 쓰는 방식도 있다. 나는 두 방식을 모두 경험했고, 내게 더 맞는 쪽은 분명했다. 아침에 확보된 자유시간은 하루를 덜 흔들리게 만들었다.

나의 아침

내 아침은 보통 이렇게 시작된다. 밤 11시쯤 자면 새벽 5시쯤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알람은 없다. 다만 전날 유난히 피곤해서 더 자게 될까 봐, 6시 30분에 알람을 하나 걸어두긴 했다. 눈을 뜨면 어두컴컴한 침대 위에 잠시 앉아 고민한다. 더 잘까, 아니면 나갈까. 그렇게 피곤하지 않으면 침대에서 빠져나온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집안을 가볍게 정리한다. 물이 끓는 동안 싱크대 주변을 닦고, 차나 커피를 한 잔 준비한다. 그리고 나만의 자유 시간이 시작된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드라마나 유튜브를 볼 수도 있고, SNS를 할 수도 있다. 내가 가장 “알차게” 보낸다고 느끼는 날은 옵시디언을 켜서 노트를 쓰기 시작할 때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건 활동의 종류가 아니다. 사실 겉으로 보면 그냥 평범한 자유시간이다. 그런데 아침에는 특유의 쾌감이 있다. 고요하고, 아무도 아직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연락도 거의 없다. 그 분위기 자체가 나를 덜 흔들리게 한다. 내가 선택하는 것들이 더 “내 것”으로 느껴진다. 소셜한 세계가 잠시 멈춘 듯한 시간, 그 틈에서 나는 조금 더 쉽게 나에게 집중한다.

보상의 밤, 준비의 아침

하지만 내가 일찍 일어나는 가장 핵심 이유는 따로 있다. 자유 시간이 ‘일과 후’에만 몰려 있을 때와, ‘일과 전’에도 존재할 때의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늦게 자는 생활은 보통 퇴근 후의 자유 시간을 길게 만든다. 대신 아침은 부랴부랴 준비하고, 하루를 “일과를 위해” 급하게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감정이 생긴다. “오늘도 고생했으니 나에게 보상 주자.” 문제는 그 시간대의 나는 에너지가 이미 소진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보상은 자주 단기적인 쾌락 쪽으로 흐르기 쉽다. 나에게는 특히 그랬다.

구조의 차이: 밤은 무한하고, 아침은 마감이 있다

여기에는 “밤의 구조” 자체도 한몫한다고 느낀다. 밤은 한계가 흐릿하다. 새벽 1시, 2시, 3시가 되어도 계속 깨어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쉽게 이런 쪽으로 기운다. “조금만 더 해도 되지 않을까. 잠을 줄이면 되지. 내일 조금 피곤하면 되지.” 문제는 그 ‘조금’이 반복되면서 수면 시간이 계속 깎인다는 점이다. 나는 밤에 자유시간을 두면, 시간을 쓰는 기준이 느슨해지고 다음 날 컨디션까지 같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아침은 한계가 뚜렷하다. 적어도 8시나 9시, 늦어도 10시쯤에는 집을 나가거나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 이 마감이 오히려 나를 지켜준다. 아침에 자유시간을 두면 “언제까지나”가 아니라 “정해진 시간까지”가 되기 때문에, 수면 시간을 무리하게 깎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나에게는 밤보다 아침이 시간을 덜 낭비하게 만들었고,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에도 유리했다.

마음가짐의 차이: 밤은 보상이고, 아침은 준비다

게다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자유 시간이 아침으로 이동한다. 아침의 자유 시간은 퇴근 후의 자유 시간과 결이 다르다. 아침은 “보상”이 아니라 “준비”에 가깝다. 준비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여행을 앞두고 계획을 세울 때처럼, 결과를 낙관적으로 상상하기 쉽고 마음도 긍정적으로 움직인다. 무엇보다 아침에는 출근까지 몇 시간의 여유가 있다. 그 여유가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놀아도 이미 수면을 확보했다는 안정감 때문에 죄책감이 덜 들고, 생산적으로 써도 잠을 충분히 잤으니 덜 힘들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이 마음가짐을 퇴근 후에도 만들 수 있다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괜찮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침이 그 마음가짐을 만들기 훨씬 쉬운 환경이었다. 아침은 구조적으로 ‘준비 모드’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나는 이 방식이 나에게 최적화되어 있다고 느낀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보너스

여기에 덧붙여, 지속을 돕는 보너스도 있다. 아직까지 사회 전반에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 "일찍 일어나신다고요? 대단하시네요!" 내가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쉬워지고, 주변에서도 의외로 좋은 반응이 돌아올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생활을 유지하려면, 사실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 ‘일찍 자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언제 주무시나요? 그것은 ..." 이 부분은 내가 일찍 일어나는 방법에 따로 정리해뒀다.

물론 이건 본질이 아니다. 나는 외부 평가를 어쩌다 비추는 따스한 햇살이나 산들 바람으로 취급하려고 한다. 사회적 동물이므로 어쩔 수 없이 바라게 되겠지만 좋은 날씨는 내가 통제할 수 없고 의존했을 때 흔들리기 쉽다. 그러니 이것만 추구하면 고통스러워진다. 나는 고통스럽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일찍 일어난다

정리하면, 내가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내 자유 시간을 ‘보상’의 밤에만 두지 않고, ‘준비’의 아침에도 배치하고 싶어서다. 그 선택은 나에게 고요함을 주고, 하루의 출발을 더 낙관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시간을 더 “내 편”으로 만든다.

다음 글에서는 더 현실적인 질문을 다루고 싶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럼 어떻게 하면 일찍 잘 수 있을까? 일찍 자기 위해 필요한 팁, 마음가짐, 그리고 환경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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